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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이규보, <영정중월>

by !)$@@!$ 2022.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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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우물 속 달을 읊다(이규보)

 

산승이 달빛을 탐하여

병 속에 물과 함께 길어 왔다네

절에 이르면 깨달으리라

병이 기울면 달 또한 빌 것을

 

■원문

詠井中月(영정중월), 李奎報(이규보)

 

山僧貪月光(산승탐월광)

幷汲一甁中(병급일병중)

到寺方應覺(도사방응각)

甁傾月亦空(병경월역공)

 

■글자풀이

  • 詠: 읊다
  • 貪: 탐하다, 욕심내다
  • 幷: 아울러, 함께
  • 甁: 병, 항아리
  • 應: 응당, 마땅히
  • 方: 바야흐로
  • 傾: 기울다

 

달밤의 산사

 

■감상

   이규보(1168-1241)는 고려 중기의 문신이자 철학자로 자는 춘경(春卿), 호는 백운거사(白雲居士)입니다. 민족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고구려의 건국신화를 다룬 동명왕편(東明王篇)을 지었고, 최씨 무신 집권기에 상국(相國)의 벼슬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신동이라는 호칭을 들으면서도 과거에는 낙방한 경험이 많았지만, 호탕하면서도 활달한 시풍(詩風)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많이 썼으며, 벼슬에 임명될 때마다 그 감상을 읊은 즉흥시가 유명합니다. 저서는 아들이 간행한 시문집인 ≪동국이상국집≫이 있습니다.

 

   이 시는 오언절구의 짧은 형식 속에 간결미와 함축미가 멋들어지게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세속적인 욕망과는 거리가 먼 구도자 스님에게 '탐한다[貪]'라는 시어를 표현한 자체가 위험했지만, 그 대상이 '달빛[月色]'이었다는 것에 절묘한 감탄이 드러납니다. 더 나아가 결구에 그 '달빛 또한 빌 것[月亦空]'과 연결한 것은 절묘함의 극치를 나타낸 표현인 것 같습니다. 마음을 미혹하는 달빛에 잠시 마음이 동했던 스님을 통해 재치와 철리(哲理)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참신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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