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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조수삼, <강진>

by !)$@@!$ 2022.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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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강진(조수삼)

 

풍년이 되기를 원치 않고 흉년을 원하노니

흉년이면 세금 부과라도 혹시 줄여 줄까 해서라네

면화의 흰 꽃이 벌어지려 하는데 먼저 베를 거둬가고

벼를 아직 탈곡도 않았는데 전세 납부 재촉하네

좋은 약이라도 백성의 병을 고치기 어려우니

조정에 바라는 건 어진이 가려 보내주는 것이네

이름난 성 고을마저 쓸쓸한 곳이 많으니

남쪽으로 온 지 열흘 동안 한결같이 가슴만 아프네

 

■원문

康津(강진), 趙秀三(조수삼)

 

不願豊年願儉年(불원풍년원검년)

儉年租賦或停蠲(검년조부혹정견)

綿將吐雪先徵布(면장토설선징포)

禾未登場趣稅田(화미등장취세전)

上藥難醫黎首疾(상약난의려수질)

中朝只仗簡心賢(중조지장간심현)

名城郡國多寥落(명성군국다요락)

十日南來一痛然(십일남래일통연)

 

■글자풀이

  • 儉年: 흉년
  • 租賦: 구실
  • 綿: 솜
  • 徵: 부르다
  • 禾: 벼
  • 登場: 마당에 올려놓다
  • 趣: 달리다
  • 黎首: 검은 머리를 한 사람들, 일반 백성
  • 仗: 의지하다
  • 寥: 쓸쓸하다

 

 

■감상

   조수삼(1762-1849)은 조선 후기의 시인으로 본관은 한양(漢陽), 자는 지원(芝園), 호는 추재(秋齋)입니다. 조선 후기의 위항시인으로 역사나 사회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홍경래의 난을 다룬 장편 오언고시인 <서구도올> 등의 장편시를 많이 남겼습니다. 중국을 드나들면서 중국에도 시로써 이름을 날렸으며, 61세에 함경도를 여행하면서 민중들의 고난을 담아낸 <북방행절>이라는 작품이 유명합니다.

 

   이 시는 조수삼이 전라도 강진 지역을 여행하다가 백성들의 참담한 현실을 목격하면서 지은 칠언율시의 작품입니다. 수련부터 농민의 아픔이 가늠이 될 것 같습니다. 농민이라면 누구나 풍년을 바라겠지만 흉년이 돼야 세금의 부과가 중단되기 때문에 오히려 흉년을 바란다는 역설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함련은 아직 피지도 않았는데 베를 징수하고, 베지도 않은 벼에 토지세를 부과하는 등 백성들을 향한 가혹한 수탈의 현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인재를 잘 뽑으려고 하는 어진 신하들을 갖추어야 한다는 대안을 경련에서 제시하고, 미련에서는 강진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고을이 비슷한 상황이라고 하면서 황폐해진 농촌 백성들에 대한 시인의 연민의 감정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가렴주가(苛斂誅求)나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성어가 잘 어울릴 정도로 백성들의 아픔과 고난의 여실히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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