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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적, <과주가(過酒家)> ■해석 술집을 지나며(왕적) 이날에 저물도록 술을 마시니 성정의 수양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네 보이는 사람마다 모두 취하였는데 차마 나 홀로 깨어 있을 수가 없다네 ■원문 過酒家(과주가), 王績(왕적) 此日長昏飮(차일장혼음) 非關養性靈(비관양성령) 眼看人盡醉(안간인진취) 何忍獨爲醒(하인독위성) ■글자풀이 昏: 어둡다, 저물다 關: 상관, 관계 盡: 다하다 醉: 취하다 醒: 술이 깨다 ■감상 왕적(590?-644)은 당나라 때의 시인으로, 자는 무공(無功), 호는 동고자(東皐子)이며, 산서성 하진 사람입니다. 진(陳), 수(隋), 당(唐) 삼대를 거치면서 활동하였고, 18세에 자신의 묘지(墓誌)를 지어서 문장만큼 삶에 대한 울분도 컸던 학자입니다. 질박한 자연미와 술을 노래한 시들이 많았고, 지금은 《동고자집.. 2023. 6. 24.
우세남, <선(蟬)> ■해석 매미(우세남) 주둥이를 늘려 맑은 이슬을 마시니 울음소리가 성긴 오동 숲에서 퍼지네 높은 곳에 있어서 저절로 소리가 먼 것이니 다만 가을바람 때문만은 아니라네 ■원문 蟬(선), 虞世南(우세남) 垂緌飮淸露(수유음청로) 流響出疎桐(유향출소동) 居高聲自遠(거고성자원) 非是藉秋風(비시자추풍) ■글자풀이 垂: 드리우다 緌: 매미의 부리 露: 이슬 響: 울음 疎: 성기다 桐: 오동나무 藉: 빌다, 깔다 ■감상 우세남(558-638)의 자는 백시(伯施), 시호는 문의(文懿)이며, 월주 여요현 사람입니다. 진(陳)과 수(隋)를 거쳐 중국 당나라 시대에 활동했던 정치가이자 서예가로, 서예가로서의 업적이 뛰어났기에 중국 초당사대가(初唐四大家)로 일컬어집니다. 고야왕에게 10년 동안 공부하면서 오로지 학업에만 열중하.. 2023. 6. 24.
인성교육진흥법에 대한 관견(管見) ■재주만 강조하는 현실 “소인은 군자와 비교해서 재주도 뛰어나고 언변도 좋고 힘도 세며 일도 잘한다. 무슨 일이든지 맡기면 해내니, 윗사람이라면 누군들 그에게 일을 맡기려고 한다. 그러나 살펴야 할 것은 그의 마음 씀씀이[心術]인데, 자취가 드러나기 전에는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 죄악이 드러나면 나랏일은 이미 그르치게 되니, 형벌로 죽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군자는 인재를 쓸 때 신중하게 써야[愼用於始]만 한다.” 이 이야기는 조선 후기의 학자 성대중의 《청성잡기》에 있는 라는 글로, 소인의 얄팍한 재주를 잘못 알고 중용했다가 차후에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뜻입니다. 항상 고위 공직자나 위정자들의 막말 논란으로 요즘도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매체들은 막말의 당사자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서 정부.. 2023. 6. 20.
호우(好雨)주의보를 바라며 1. 계곡 장유의 석 달 가뭄보다도 사흘 비가 견디기 힘든 법인데, 열흘 넘게 굵은 장맛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심신은 지칠 대로 지쳤고, 벽장엔 푸른 이끼꽃마저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간밤에는 초가집이 들썩들썩할 정도로 천둥이 쳤고, 아침 하늘은 아직도 노기(怒氣)를 잔뜩 머금은 상태입니다. 음기가 발동한 용 한 마리가 제멋대로 까불면서 물속에 가증스럽게 똬리를 틀어 비를 뿌린다는 유언(流言)이 떠오를 정도로 계곡물은 무섭게 차오르고 있습니다. 천제(天帝)에게 호소하고 싶어도 주재자가 하는 일을 모두 알 수도 없는 노릇, 이 비를 맞으며 힘겹게 부역하는 백성들의 모습만이 스쳐 지나갑니다. 진흙탕 길에 메고 지며 고생하는 백성들을 생각하니 창가에 누운 자신의 한가로움이 마냥 미안한 심정입니다. 이는 조선 .. 2023. 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