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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와 부모의 자격

by !)$@@!$ 2022.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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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묻어 대신한 효행

   ≪삼국유사≫ , <손순매아> 설화에 의하면, 손순은 남의 집에서 품을 팔아가면서 노모를 봉양하는 효심이 극진한 인물입니다. 가난한 형편에 어린 아들이 늙으신 어머니의 음식을 빼앗아 먹는 일이 자주 일어나자, 아들은 다시 얻을 수 있지만 어머니는 다시 구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아내와 상의하여 아들을 땅에 묻기로 결심합니다. 교외로 나가서 아들을 묻으려고 했는데 돌로 만든 종이 나오자 기이한 생각이 들어 집에 가지고 와서 종을 쳐 봤습니다. 맑은 종소리는 궁궐에까지 전해지고 사연을 들은 흥덕왕은 그의 효성을 치하하여 집과 쌀을 하사하였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입니다.

 

   효를 절대적 가치로 여겨 온 우리 사회에서 효자를 다룬 이야기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손순의 효행을 교훈적 주체로 추켜세우며 어릴 때부터 배워왔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노모의 봉양을 위해서 자식을 땅에 묻는 행위를 간과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행위가 노모를 향한 진정한 효행인지 물어야 할 것이고, 자식을 땅에 묻으려던 아버지는 죄가 없는지 따져야 할 것입니다.

 

   어린 아들도 노모에게는 귀여운 손자일 것이고, 아들을 묻은 행위를 노모가 원했을 리도 만무합니다. 가난을 이겨내지 못한 아비의 무능함이 자식을 희생양으로 살해하고자 한 것인데도, 이것이 부모에 대한 효행담으로 그럴싸하게 포장·미화되어 내려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도 교육이 필요

   자식과 맞바꾼 효행으로 무엇을 전하고자 한 것일까 궁금합니다. 고전은 우리에게 정신적·도덕적으로 훌륭한 유산을 물려주고 있으며,  본받고 이어나가야 할 가치들이 많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고전이 우리에게 항상 교훈적이고 긍정적인 덕목만을 전해주는 것은 아니므로 시대에 맞게 선별하여 받아들이는 안목도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부터 천륜과 패륜 운운하며 효를 절대적 가치로만 너무 띄우려다 보니, 무리하게 다른 도덕적 가치들의 손상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8월 31일 국회에 제출한 '2021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아동학대 건수는 전년 대비 30% 가까이 늘어났고, 아동학대로 40명의 아이들이 사망했으며, 대부분의 가해자는 부모라고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면 병이 없어도 죽는다(千人所指, 無病而死)'라고 했는데, 학대한 부모들은 손가락의 지탄(指彈)이 아니라 돌팔매질의 석탄(石彈)도 부족할 정도의 비난을 받아 마땅합니다.

 

보건복지부 2021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

 

   부모들의 항변은 항상 똑같습니다. 아이가 말을 안 듣고 버릇이 없어서 어쩔수없이 하는 훈육차원의 교육이라고 말합니다. 훈육과 체벌의 모호한 기준은 차치하고라도 중요한 사실은 자식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식은 부모의 기준과 가치관대로 맞춰야 하는 소유의 대상도 아닐뿐더러 부모라는 허울 아래 행해지는 폭력의 대상일 수도 없다는 사실을 많은 부모들은 간과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모의 자격

   '부모'라는 이름은 자식에 대한 책무가 주어진 거룩한 명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과연 부모라 말할 자격이 있는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저출산의 현상으로 출산만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가 인격적으로 부족한 부모들을 양산하고 있는지도 모르기 깨문입니다. 앞으로는 부모다운 부모를 양성하기 위한 부모수업 교육도 필요하고, 부모의 인식개선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도 필요할 것입니다. 아이의 성장만큼 부모도 아이를 통해서 성장해야 한다는 것도 명심해야 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라는 말만큼 '한 부모의 양성을 위해서는 나라 전체의 관심도 필요할' 것입니다. 부모는 자식을 '낳은' 사람이 아니라 자식과 함께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가슴에 새겼으면 합니다.

 

<알아둡시다>

-아동학대 신고 번호: 112

-아동권리보장원: https://www.ncrc.or.kr/ncrc/mai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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