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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김부식, <감로사차운>

by !)$@@!$ 2022.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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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감로사에서(김부식)

 

속된 나그네 오지 않는 곳

올라와 굽어보니 마음이 맑아지네

산 모양은 가을에 더욱 아름답고

강 빛은 밤에도 여전히 밝네

흰 새 높이 날아가 버리고

외로운 배 홀로 가볍게 가네

부끄럽네 달팽이 뿔 위에서

반평생 공명만 찾았으니

 

■원문

甘露寺次韻(감로사차운), 金富軾(김부식)

 

俗客不到處(속객부도처)

登臨意思淸(등림의사청)

山形秋更好(산형추갱호)

江色夜猶明(강색야유명)

白鳥高飛盡(백조고비진)

孤帆獨去輕(고범독거경)

自慚蝸角上(자참와각상)

半世覓功名(반세멱공명)

 

■글자풀이

  • 俗: 속세, 세속
  • 猶: 오히려, 여전히
  • 帆: 배
  • 慚: 부끄럽다
  • 蝸角上: 달팽이 뿔 위, ≪장자≫에 달팽이 왼쪽 뿔에 사는 촉씨와 오른쪽 뿔에 사는 만씨 두 부족이 서로 싸우는 우화를 전고로 사용
  • 覓: 찾다

 

가을 속 절의 풍경

 

■감상

   김부식(1075-1151)은 경주 사람으로 신라 황족의 후예입니다. 자는 입지(立之), 호는 뇌천(雷川)이며, 고려 인종 때 문하시중(門下侍中)이 되었습니다. 1145년 인종의 명을 받아서 5년에 걸쳐 ≪삼국사기≫를 지었고, 이 책은 정사(正史)인 일연의 ≪삼국유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최고의 사서로 칭송을 받고 있습니다.

 

   이 시는 다른 사람이 쓴 시의 운을 따라서 쓴 오언율시의 차운시입니다. 감로사는 경기도 개풍군 중서면에 있는 절로, 당시 고승과 선비들이 많이 찾았던 절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수련에서 시인은 물이 맑고 산빛 고운 곳에 이르러서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반성을 합니다. 함련과 경련에서는 자연의 풍경과 정감을 노래하고 있으며, 마지막 미련에서는 부질없이 벼슬과 공명만 추구했던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있습니다.

 

   홍만종의 ≪소화시평≫에서는 "표연히 티끌 세상을 벗어난 아취가 담겨 있다"라고 평하였고, 경련의 표현은 이백의 <독좌경정산(獨坐敬亭山)>의 "뭇새들 높이 날아가 버리고, 외로운 구름 홀로 한가롭게 떠 가네(衆鳥高飛盡, 孤雲獨去閑)"이라는 표현과 많이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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