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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산속 눈 내리는 밤에(이제현)
종이 이불에 찬 바람 일고 불등은 가물거리는데
사미승은 하룻밤 내내 종을 울리지 않네
자고 가는 객이 일찍 문 연 것을 당연히 성내겠지만
암자 앞 눈에 눌린 소나무를 보가자 함이라
■원문
山中雪夜(산중설야), 李齊賢(이제현)
紙被生寒佛燈暗(지피생한불등암)
沙彌一夜不鳴鐘(사미일야불명종)
應嗔宿客開門早(응진숙객개문조)
要看庵前雪壓松(요간암전설압송)
■글자풀이
- 紙被: 종이로 만든 이불
- 生寒: 생기를 일으키다
- 沙彌: 절의 어린 중
- 一夜: 하룻밤 내내
- 應: 응당, 마땅히
- 嗔: 성내다
- 宿: 자다
- 早: 이르다, 일찍
- 庵: 암자
- 壓: 누르다
■감상
이제현(1287-1367)은 고려 공민왕 때의 명신(名臣)이자 학자로, 자는 중사(仲思), 호는 익재(益齋)입니다. 1320년 충선왕이 모함으로 유배되자 원나라에 그 부당함을 밝혀 1323년에 풀려나게 했을 정도로 원나라와 동등한 외교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한 문신입니다. 저서로는 ≪효행록≫, ≪익재집≫, ≪역옹패설≫ 등이 있습니다.
이 시의 시작은 겨울밤에 종이 이불은 한기를 일으키고 등불은 가물거리는데, 사미승은 잠에 빠져서 울려야 할 종을 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고즈넉한 겨울 산사의 새벽 정경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잠투정할 사미승을 염려하는 섬세한 마음씨와 함께 눈 내려 투명하게 맑은 새벽 정취를 맛보고자 하는 화자의 심리가 경쾌하고 재치 있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눈이 쌓여 휘어진 소나무를 '압(壓)'자로 무겁게 표현했으면서도 그것이 오히려 선명한 형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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