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술을 마시며(도잠)
집을 지어 사람 사는 데 있어도
수레나 말의 시끄러운 소리가 없네
그대에게 묻노니 어찌 그럴 수 있는가?
마음이 속세를 멀리 하니 사는 곳이 저절로 외지다네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따다가
아득히 남산을 바라다보노라
산 기운은 날이 저물어 아름답고
날아갔던 새는 짝을 지어 함께 돌아오네
이 사이에 참뜻이 있으나
말하려다가 이미 말을 잊었네
■원문
飮酒(음주), 陶潛(도잠)
結廬在人境(결려재인경)
而無車馬喧(이무거마훤)
問君何能爾(문군하능이)
心遠地自偏(심원지자편)
採菊東籬下(채국동리하)
悠然見南山(유연견남산)
山氣日夕佳(산기일석가)
飛鳥相與還(비조상여환)
此間有眞意(차간유진의)
欲辨已忘言(욕변이망언)
■글자풀이
- 結: 짓다
- 廬: 초가집
- 人境: 사람이 사는 곳
- 喧: 시끄럽다
- 爾: 그러하다, 然과 같음
- 籬: 울타리
- 悠然: 아득히
- 辨: 가리다, 분별하다
■감상
도잠(365-427)은 중국 동진 때의 시인으로 자는 연명(淵明), 호는 오류선생(五柳先生)입니다. 지방의 하급 관리로 관직생활을 잠시 하기는 했지만, 평생을 은둔하며 창작활동에만 몰두하였습니다. 술의 성인, 전원시인의 최고봉으로 불리며 <귀거래사(歸去來辭)>라는 작품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 시는 도잠의 <음주시> 20수 가운데 다섯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사람이 모여 사는 동네 한가운데에서도 마음이 유유자적하면 그곳이 바로 외지고 한가로운 곳입니다. 국화를 따거나 남산을 바라다보는 행위도 그저 한가로운 일상사의 하나일 뿐인 것이죠. 그러나 이 한가로운 일상사에 심오한 철리(哲理)가 깃들어 있습니다.
여기서 '見'은 무엇을 보겠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무심한 눈에 정경이 들어오는 것을 이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이 가운데에서 도잠이 본 참뜻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느낄 수는 있어도 분별하여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분별할 수 있다면 이미 참된 뜻이라고 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교양한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희, <관서유감> (0) | 2022.11.25 |
---|---|
최치원, <증금천사주인> (0) | 2022.11.24 |
조식, <잡시> (0) | 2022.11.22 |
최치원, <촉규화> (1) | 2022.11.21 |
왕유, <신이오> (0) | 2022.11.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