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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들판의 눈(이양연)
눈을 뚫고 들 가운데를 갈 때
모름지기 그 발걸음을 어지럽게 하지 마라
오늘 아침에 내가 다닌 발자국이
마침내 뒷사람의 이정표를 만들 것이니
■원문
野雪(야설), 李亮淵(이양연)
穿雪野中去(천설야중거)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今朝我行跡(금조아행적)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글자풀이
- 穿: 뚫다
- 跡: 자취
- 遂: 드디어, 마침내
- 程: 길
■감상
이 시는 이양연(1771-1853)의 오언절구의 작품으로 ≪임연당별집≫에 실려 있습니다. 이양연의 본관은 전주, 자는 진숙(晋叔), 호는 임연(臨淵)이며, 광평대군 이여의 후손입니다. 어릴 때부터 문장이 뛰어나서 후학들이 그의 문장을 앞다투어 암송하였다고 합니다. 성리학에도 밝았고, 만년에는 후학 교육에 힘썼으며, 노년까지도 학문을 게을리하지 않아서 ≪침두서(枕頭書)≫, ≪석담작해(石潭酌海)≫, ≪가례비요(嘉禮備要)≫ 등의 저서들이 잇습니다.
시인은 어느 날 눈 내린 들판을 헤치고 길을 걸어가면서 자신이 다니는 길의 의미를 생각해봅니다. 내가 가는 지금의 이 길이 후대 사람들에게는 이정표가 될 수도 있으므로, 가급적 똑바로, 올바르게 걸어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다시 말하면 내가 바르게 살고자 해야 후손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거울이 될 수도 있으므로 좀 더 자신을 가다듬고자 하는 다짐의 작품이라고도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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