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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생각을 말하는 마따호쉐프 수업

by !)$@@!$ 2022.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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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공부

   노벨상 수상자의 22%, 하버드생의 30%가량이 유대인이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이들이 전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하면서도 각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것은 예사롭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유대인과 공부의 상관성을 파악하려면 3천 5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전통적 교육방식의 문화코드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학교 수업을 들여다보면 특이한 장면이 눈에 띕니다. 우리의 여느 수업 분위기와는 다르게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무슨 말인가를 외치고, 학생들은 쉬지 않고 자신들의 생각을 말하는 모습입니다. 수업 내내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건네는 이 말은 "네 생각은 무엇이니?"라는 뜻의 '마따호쉐프'입니다. 이 수업은 학생들이 늘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과 토론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라는 유대인의 전통적 교육방식입니다.

 

   이들 교육의 핵심은 "왜?", "어떻게?"라는 끊임없는 의문점에서 출발하여 학생 스스로가 문제 해결 과정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하는 가르침입니다. 질문과 토론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교육법인 것입니다. 학생들이 생각의 장(場)을 펼칠 수 있도록 선생님은 안내자나 조력자의 역할만 하면 됩니다.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의 생각을 타인과 주고받으며 주체적·능동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생님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기록하는 공부

   유대인들의 '함께 하는 공부'를 보면서 우리의 '혼자 하는 공부'가 씁쓸한 현실로 다가옵니다. 어린 시절에는 우리도 신기하고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하느라고 선생님을 괴롭혔던(?) 때가 있었습니다. 주저 없이, 쉴 새 없이 경쟁하듯 질문을 쏟아내던 유년시기가 언젠가부터 말문이 닫힌 벙어리형 인간으로 바뀌며 혼자만의 공부가 익숙해졌습니다.

 

   말을 잊어가면서 점점 생각도 잊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정답을 정해놓고 성적으로 우열을 가리는 주입식 교육에서 질문은 사치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입은 닫은 채 오직 귀만 열어 놓고 선생님의 생각을 저장하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질문을 하는 학생을 이상한 학생으로 취급하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 교육의 부끄러운 민낯입니다.

 

   영어의 'Education'은 '양육하다'는 뜻의 'Educare'에서 왔는데, 이는 '능력을 이끌어낸다'는 뜻의 'Educere'에서 온 말입니다. 반면 우리말의 '교육(敎育)'은 '회초리로 아이를 배우게 하여 기르다'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하면 서양 교육은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스스로 꺼내 드러나게 하는 것이 초점이라면, 우리 교육은 학생들을 '배우게 하는' 데에 방점이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생각할 자발성은 주어지지 않고, 수동적으로 배우도록 강요하는 교육인 것입니다. 선생님은 다분히 '지식 전달 중개업자'로서의 기능만 하면 됩니다. "왜?", "어떻게?"가 아니라, "알지?", "이해했지?" 등의 말들로만 가득 찬 교실에서 학생들의 생각과 질문은 애당초 기대할 수조차 없습니다.

 

 

■말 많은 수다쟁이가 되자

   주입식 교육이나 암기를 무조건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도인들의 학습법처럼 문화적 유산으로서의 암기의 긍정적 가치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암기의 순기능은 인정하면서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신 있게 펼칠 수 있는 분위기나 환경이 절실하다는 것입니다. 몰라서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정확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질문이라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합니다. 학교의 주체인 학생들부터 인식의 전환을 통해 스스로 답을 찾아나가는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만 합니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도록 말입니다.

 

   수학능력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빼곡히 저장해두었던 머릿속 지식들의 나열로 당락과 우열을 결정해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생각하고 토론하며,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어가며 사고의 외연을 넓히는 공부법이 부럽기만 합니다. 어린 시절, 고사리 손을 치켜세우며 발악하듯 소리치던 그때가 그립습니다. 유대인의 말 중에 "말로 할 수 없으면 모르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도 이제 '생각만 하는 벙어리'에서 '생각을 말하는 수다쟁이'로 말문이 트이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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