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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최치원, <촉규화>

by !)$@@!$ 2022.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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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촉규화(최치원)

 

거친 밭 언덕 쓸쓸한 곳에

탐스러운 꽃송이 가지를 눌렀네

장맛비 그쳐 향기 날리고

보리 바람에 그림자 흔들리네

수레 탄 사람 누가 보아주리

벌과 나비만 부질없이 찾아드네

천한 땅에 태어난 것 스스로 부끄러워

사람들에게 버림받아도 참고 견디네

 

■원문

蜀葵花(촉규화), 崔致遠(최치원)

 

寂寞荒田側(적막황전측)

繁花壓柔枝(번화압유지)

香輕梅雨歇(향경매우헐)

影帶麥風欹(영대맥풍의)

車馬誰見賞(거마수견상)

蜂蝶徒相窺(봉접도상규)

自慙生地賤(자참생지천)

堪恨人棄遺(감한인기유)

 

■글자풀이

  • 壓: 누르다
  • 梅雨: 매실이 익을 무렵 내리는 비, 장맛비
  • 麥風: 보리 위를 스치는 바람, 초여름의 훈훈한 바람
  • 車馬: 수레와 말을 탄 사람, 곧 고관대직
  • 蜂蝶: 벌과 나비
  • 窺: 엿보다, 찾다
  • 慙: 부끄럽다
  • 賤地: 천한 땅, 곧 신라

 

부용꽃

 

■감상

   최치원(857-?)은 신라 말의 학자이자 문장가로 자는 고운(孤雲)입니다. 어릴 때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아 12세에 당나라에 유학 가서 고운, 나은 등의 문인과 교류하면서 문명(文名)을 떨쳤습니다. 귀국 후에도 외교문서 등을 작성하며 문장가로 인정받았고, 유교와 불교, 도교에도 이해가 깊었으며, 대표적인 글로는 <토황소격문>, <제가야산독서당>, <추야우중> 등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오언율시의 작품으로 시인이 당나라 유학 시절에 읊은 것입니다. 촉규화는 시인 자신을 비유한 것으로, 시인은 전반부에서 공간적 배경을 제시하면서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드러내고 있으며, 자신의 완숙한 학문적 경지를 '흐드러지게 핀 꽃송이'와 '향기'라는 표현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후반부에서 자신의 이러한 학문의 경지에도 불구하고 임금을 비롯한 고관들은 관심도 없고 하찮은 사람들만 모이는 현실을 야속해합니다. 자신을 알아주지 못하는 현실에 신라에 태어난 것조차 부끄러워하며 체념, 한탄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천한 땅에 태어난 것 때문이라고 현실에 순응하는 모습에 더욱 절망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시는 선경후정의 방식으로 자연물을 끌어와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영물시(詠物詩)로, 자연을 빌어와 자신의 감정을 여실하게 드러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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