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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인성

세배, 손도 예절이다

by !)$@@!$ 2023.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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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 여러 기능

   손은 우리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신체의 일부입니다. 인간의 몸에서 두뇌 다음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철학자 칸트는 손을 '제2의 뇌'라고도 하였습니다. 자학(字學)에서는 '손 수[手]'자의 자원(字源)을 '다섯 손가락이 있는 왼손'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상형자의 형태라고 하였습니다. 선사시대나 동굴·바위 그림에 그려진 손들의 모양은 대부분 왼손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는 초기 예술가는 보통 그림은 오른손, 모사는 왼손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손은 종교적으로도 하느님의 전능(全能)이나 부처님의 가호(加護)를 상징하기도 하고, 민속학적으로는 좌우의 손이 각각 선악(善惡)을 담당한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인간의 길흉화복의 운명을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손이라는 것입니다. 고대 로마의 수사학자 퀸틸리아누스가 "손은 입으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말을 할 수 있다"라고 말한 것처럼 언어 다음으로 손은 가장 많은 표현을 할 수 있는 신체입니다.

 

   동양 예절에서도 손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어떤 손가락을 치켜세우느냐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지듯이, 손도 앞이나 뒤로 모으는 것에 따라 상대방의 마음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이때 두 손을 앞으로 모아서 절을 하는 것을 '수배(手拜)'라고 합니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서[拱手] 상대방에 대한 예(禮)를 표하는 것입니다.

 

설날

 

■세배와 공수법

   몇 년 전 설 연휴에 매스컴을 보면서 씁쓸했던 적이 있습니다. 설이라 그런지 여러 방송에서 세배 장면이 자주 보였는데, 공중파 방송인데도 불구하고 세배하는 손의 모양이 틀린 것입니다. 세배를 하는데 마음이 중요하지, 손 모양이 뭐가 중요하냐며 별로 대수롭지 않게 핀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손 모양의 미세한 차이가 전혀 다른 의미와 결과를 불러온다는 것을 안다면 간과할 수가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절은 존경과 경의의 의미를 담아서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다하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특히 명절이나 제사, 상가에서 절할 때 손의 모양은 더욱 중요합니다. 설 명절이나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은 길사(吉事)이고, 문상을 하는 것은 흉사(凶事)에 해당하므로, 이에 따라 손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대표적 길사인 설에 하는 세배는 '남좌여우(男左女右)', '남동여서(男東女西)'가 기본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좌측과 동쪽은 양이므로 남자, 우측과 서쪽은 음이므로 여자를 가리키는 음양사상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남자는 왼손이 위, 여자는 오른손이 위에 올라가는 손 모양을 취해야 하는 것입니다.

 

   혼동하기 쉽다면 우리가 입는 의복에 빗대어 이해하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남자의 정장이나 와이셔츠는 왼섶이 위로 올라가 있고, 여자의 정장이나 블라우스는 오른섶이 올라간 모양입니다. 요즘은 남녀가 공용으로 입는 옷도 많지만, 동쪽에서 해가 뜨는 것처럼 기본적인 음양의 원칙은 변하지 않습니다. 제사도 일 년에 한 번 조상의 혼을 불러다가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그러한 후손들이 있기에 가능해서 좋은 날이라고 여겨 손의 위치가 설과 동일합니다.

 

   반면 흉사에는 음양이 바뀌는데, 남자를 기준으로 손의 모양이 오른손이 위로 올라가는 형태가 돼야 합니다. 이때의 손 모양은 길사일 때보다도 더욱 잘 지켜지지가 않고 있습니다. 상갓집에서 고인에게 예를 표하는 사람들의 손 모양을 보면, 모두가 손을 벌린 채 머슴절(?)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혹자는 일본의 사무라이들이 하는 절이라고 폄하하기도 합니다. 왼손을 위로 향하지 않는 것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아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손은 자신을 표현하는 언어입니다. 음성언어의 예절 못지않게, 몸짓언어 또한 중요합니다. 언어 예절만큼 행동으로 나타나는 예절이 중요하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사회 곳곳에서 위정자들이나 연예인들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가십거리가 되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나 유명인들의 '나쁜 손'이 검색어에 오르내리는 것도 자주 보게 됩니다. '절하고 뺨 맞는 일 없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상대방에게 기본적인 예를 다하면 봉변을 당할 일도 면할 수 있습니다.

 

   손 모양 하나도 상대에 대한 예가 있는 것입니다. 술잔을 받는 하나의 손보다 왼손이 거들면 상대방을 더욱 정중히 받드는 것이요, 한 손으로 하는 악수보다 왼손으로 살짝 포개어 잡으면 상대방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정확한 손 모양으로 상대를 더욱 예로써 대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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