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1 호우(好雨)주의보를 바라며 1. 계곡 장유의 석 달 가뭄보다도 사흘 비가 견디기 힘든 법인데, 열흘 넘게 굵은 장맛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심신은 지칠 대로 지쳤고, 벽장엔 푸른 이끼꽃마저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간밤에는 초가집이 들썩들썩할 정도로 천둥이 쳤고, 아침 하늘은 아직도 노기(怒氣)를 잔뜩 머금은 상태입니다. 음기가 발동한 용 한 마리가 제멋대로 까불면서 물속에 가증스럽게 똬리를 틀어 비를 뿌린다는 유언(流言)이 떠오를 정도로 계곡물은 무섭게 차오르고 있습니다. 천제(天帝)에게 호소하고 싶어도 주재자가 하는 일을 모두 알 수도 없는 노릇, 이 비를 맞으며 힘겹게 부역하는 백성들의 모습만이 스쳐 지나갑니다. 진흙탕 길에 메고 지며 고생하는 백성들을 생각하니 창가에 누운 자신의 한가로움이 마냥 미안한 심정입니다. 이는 조선 .. 2023. 6. 1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