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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 <사친(思親)>

by !)$@@!$ 2023.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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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부모님을 생각하며(신사임당)

 

천 리 고향은 만 겹의 봉우리로 막혀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오랫동안 꿈속에만 있다네

한송정 가에는 외로운 보름달이 있고

경포대 앞에는 한바탕의 바람이라네

모래 위엔 백로가 항상 모였다 흩어지고

파도머리엔 고깃배가 각자 동서로 오가네

언제나 임영 가는 길을 다시 밟아서

비단 색동옷을 입고 슬하에서 바느질할까

 

■원문

思親(사친), 申師任堂(신사임당)

 

千里家山萬疊峯(천리가산만첩봉)

歸心長在夢魂中(귀심장재몽혼중)

寒松亭畔孤輪月(한송정반고륜월)

鏡浦臺前一陳風(경포대전일진풍)

沙上白鷺恒聚散(사상백로항취산)

波頭漁艇各西東(파두어정각서동)

何時重踏臨瀛路(하시중답림영로)

綵服斑衣膝下縫(채복반의슬하봉)

 

경포대(출처: 다음백과)

 

■글자풀이

  • 家山: 고향
  • 疊: 겹치다, 쌓다
  • 一陣風: 한바탕 부는 바람
  • 聚: 모이다
  • 艇: 작은 배
  • 臨瀛: 강릉
  • 綵: 무늬, 비단
  • 斑衣: 여러 색깔로 된 어린아이들의 때때옷
  • 膝: 무릎
  • 縫: 꿰매다

 

■감상

   신사임당(1504-1551)의 아버지는 신명화(申命和)이고, 어머니는 이사온(李思溫)의 딸이며, 평산이 본관입니다. 조선의 대표적 경세가이자 학자인 이이의 어머니이며, 사임당은 당호(堂號)입니다. 이 말의 뜻은 중국 주나라 문왕의 어머니인 태임(太任)을 본받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신사임당은 온아한 천품과 예술적 자질을 갖추고 있으며, 완전한 예술인으로서의 생활로 어머니와 아내의 역할을 완벽히 해낸 인물로 평가를 받습니다. 나아가 조선의 시대적 분위기로 볼 때 유교적 여성상에만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인간으로서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한 여성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시를 비롯하여 그림과 글씨에도 뛰어났고, 작품으로는 <산수도(山水圖)>, <초충도(草蟲圖)>, <노안도(蘆雁圖)> 등의 작품이 있습니다.

 

   이 시는 서울로 와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그리워하며 지은 작품입니다. 서울에서 천 리 만큼 멀리 떨어진 고향은 만 겹의 봉우리로 막혀 있고, 돌아가고픈 마음은 간절하나 꿈속에만 존재할 정도로 현실에서는 불가능합니다. 고향인 강릉에 한송정 가에는 보름달이 외롭게 떠있고, 경포대 앞에는 한바탕 바람이 불 것입니다.

 

   모래 위 백로는 늘 그랬듯이 모였다가 흩어지고, 파도 위로는 고깃배가 각자의 길로 왔다 갔다 합니다.. 그러나 나는 언제 다시 임영(강릉)으로 향하는 길을 밝으며 돌아가서 어릴 적 아이처럼 비단옷을 입고 부모님 슬하에서 바느질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고향과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화자의 심정이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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