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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수능D-50] 침묵하는 교육에서 벗어나야

by !)$@@!$ 2022.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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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우리는 생각을 열어 말문을 트는 교육이 필요한가

 

  서로 마주보고 동그랗게 앉아 있는 아이들 가운데 한 학동이 쭈그려 앉아서 눈물을 훌쩍이고 있습니다. 무엇이 그리 서러운지 아이는 유복(儒服)에 방건(方巾)을 쓴 훈장님 앞에서 슬프게 울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우는 아이의 심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바라보는 다른 아이들의 시선은 대조적입니다.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본 듯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우는 학동을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이 장면은 서당에서 글 읽는 아이들의 모습을 사실감있게 그려낸 김홍도의 <서당>입니다.

 

  조선시대 기본교육을 담당했던 서당은 우리나라 전통 교육의 상징과도 같고, 현대 우리들의 교육제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훈장님과 학동들은 다 같이 모여 앉아서 ≪천자문≫과 ≪소학≫을 비롯한 많은 경전들을 큰 소리를 내며 외웁니다. 몸도 좌우로 조금씩 움직여 리듬을 타면서 성독(聲讀)을 하는 것입니다. 글의 뜻 파악을 위해 문장을 반복해 암송하고, 모르는 부분은 훈장님께 정중한 예로써 질문을 구하는 수업방식입니다.

 

김홍도의 서당도

 

  질문과 답변을 통해 올바른 문장의 이치[文理]를 깨쳐서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인 것입니다. 개인별 맞춤교육이기에 묻고 대답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조선의 서당 교육은 이처럼 질문을 통해 배움의 길로 나아가고자 하는 가장 이상적인 수업 중에 하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은 사고가 전제되어야 가능합니다. 현대 우리의 초등학교 교실만 가도 아이들은 참으로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연신 손을 들고 질문하느라 교실은 질문의 바다가 됩니다.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능동적 욕구가 가장 강렬한 시기입니다. 그러다가 중·고등학교로 배경을 옮기면 아이들은 갑자기 변하고 맙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잊어가는 것입니다.

 

  그렇게도 알고 싶은 것이 많았던 친구들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동적인 학생으로 변하게 됩니다. 교실은 선생님이 무수히 쏟아내는 수능맞춤형 지식들을 서로 받아 적느라고 정신이 없습니다. 마치 남보다 많이 적어야 레벨이 오르는 게임을 하듯 서로가 경쟁을 하며 기록합니다. 생각하거나 질문할 시간은 아예 주어지지 않고, 오직 받아 적은 지식의 양으로 대학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EBS다큐프라임-말문을터라 중

 

  대학을 학문의 전당이라고 합니다. 대학은 올바른 지성인, 교양인을 양성하여 진리를 탐구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진리의 탐구가 학문 본연의 목적인 것입니다. 이때의 학문은 글을 배우는 학문(學文)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배운 것에 대해서 모르는 것을 묻고 질문하는 학문(學問)인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 강의실은 마치 '침묵의 공장'과도 같습니다. 오직 교수님의 말씀만이 강의실을 채우고 있습니다. 교수님과 학생은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으며 소통하는 '핑퐁형' 수업이 돼야 하는데, 현실은 오로지 물 먹은 스펀지와 같이 지식만 빨아들이고 마는 '볼링형' 수업이 되고 만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 강단에 서는 초짜 선생님도 태생적(?)으로 질문을 하지 않는 학생들이므로 떨릴 것이 없다고 합니다.

 

  언젠가부터 '한국인은 왜 질문하지 않는가'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교육을 많이 시키는 나라라는 자부심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이지만, 양적으로만 승부를 거는 교육이기에 사고가 전제된 수업이라는 것은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교육에 생각하고 질문해야 한다는 패러다임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니, 생각을 잊어버리고 말문은 막히는 것입니다. 어디서부터, 누구에 의해 꼬였는지 모르지만 원망하거나 탓할 시간이 없습니다.

 

  수능이 50일 남았습니다. 수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목표를 위한 마지막 담금질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얻길 바라며, 지금이라도 빨리 이들이 주체가 되어 이 꼬여버린 '말문의 실타래'를 풀어야 합니다. 교수님은 지금까지 장악해 왔던 강의실의 주도권을 학생들에게 넘겨주어야 합니다. 학생들도 주객이 전도된 비정상의 강의실을 정상으로 돌려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주지해야 할 것입니다. 질문에 답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며, 모두가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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